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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창너머로 들려온다.
고3이 무슨 빗소리 감상인가 싶지만 가장 이성적이어야할 고3도 때론 감성적라는 것을 느끼고 싶다. 새벽 3시. 늦었다면 늦은 시각.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는 나로써는 그리 낯설지 않은 시간대이다. 이 맘때쯤 되면 하루의 공부를 마무리하고 종종 하루를혹은 어제, 며칠 전을 되돌아본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더라.
그래 체육대회를 했었지. 우승의 꿈에 부풀어 기대했던 농구 첫 게임. 우리 반 친구들 전부 지켜보는 상황 속에서 약간의 부담감을 짊어진 채 게임을 했다. 골을 넣을 때마다 반 친구들 한 명 한 명 응시하며 feel을 전달했다. 그러나 내 의지의 부족이었이었을까. 안타깝게 1점 차이로 1차전에서 패배했다. 애써 팀원들에게 잘했다고 등을 두드려줬지만 정작 격려와 위로가 가장 필요했던건 나 자신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정말 기대했는데, 정말.
축구. 족구 역시 안타까움의 연속.
그래도 씨름을 하는 친구들이 정말 잘해주었다. 다들. 하나라도 아니 한 가지나 우승을 할 수 있었기에 만족한다. 체육대회를 마치고 창언이와 온천에서 피로를 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비오는 날 밤에 빗소리 들으며 보는 영화쪽으로 화제가 전환 되었다. 감정이 메마른 고3에게 가당찮은 일이지만 오늘 딱 하루 감성에 젖어들자. 하는 마음으로 새벽을 기약했다.
어떤 영화를 볼까.
한참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내 머리 속의 지우개'였다. 아직 어려서? 어리다고 표현하는건 상투적이려나. 어쨋든 사랑을 잘 모르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정확히 표현하자면 초반부는 행복함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후반부부터는 눈물을 참느라 애쓴다고 힘들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까봐 내내 눈에 힘을 주었다. 그때문이었을까 영화를 본 후 창언이와 나 둘 모두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여담을 보태자면 창언이는 눈 언저리에 자그마한 방울이 맺혀있었다 정도?
영화를 본 후 첫마디가 혼자였으면 펑펑 울었을뻔 했다는 말이었다.
참나 영화가 뭐라고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 자극한다니. 명대사 명장면들이 참 많았지만 세세한 순간 순간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정우성과 손예진, 남자와 여자의 그 감정. 그리고 숨길 수 없는 표정들만이 잊혀지지 않고 남아있다. 정말 사랑하는 여자가 나를 보고 옛 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 속삭일 때, 또 그걸 나도 사랑한다 말하고 뒤돌아서서 눈물을 삼키는 모습을 떠올리며 사랑은 무엇인가 싶다.
오늘날 인스턴트 감정은 정말 싫다.
진솔된 감정을 가지고 싶다.
한심하게 아까는 잘 참았던 눈물이 흐르는 것 같다.
어쩜 빗방울이려나.
그래 빗방울인듯 싶다.
그래 빗방울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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