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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저장소

체육대회

by 렌딜 2010.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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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같은 것.

체육대회를 마치고 (5/13)


학생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3년 동안 꾹 참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이 뭐 그리 어렵나, 그러면 인생이 편해지는데.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고 고3때 치는 수능에 목숨을 걸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등학생인 것과 동시에 활기 넘치고 기운이 남아도는 청소년이다. 이처럼 살아 숨쉬는 젊음을 단순히 공부에 방해되는 것으로 여기고 억압시켜야만 하는 것인가.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체육대회를 향했다.


알록달록 각기 다른 반티가 운동장을 수놓았다. 처음에는 단색의 티가 부끄럽다고 생각 했었지만 모두가 질서정연하게 모여 있으니 꽤나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모두들 상기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체육 시간 외에는 마음 놓고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또 그 보답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해왔던 농구대회를 나간다는 생각이 들떠 있었다.

각 경기들이 시작되고 우리 농구팀은 첫 경기여서 바로 준비를 해야 했다. 상대팀은 8반이었는데 농구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다보니 서로의 전력을 뻔히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신만만하게 몸을 풀고 있는데 내 포지션이 3학년 형들과 겹쳤기에 후보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경기에 뛸 순간을 기다리며 응원이라도 목이 터져라 외쳤다. 8반을 이기고, 다음은 4반과의 경기를 했다. 상대팀에 평소에도 무척 잘하는 친구가 있었기에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1경기에서 체력을 많이 소모했는지 무언가를 해보지도 못하고 아쉽게 져버렸다. 힘들면 교체를 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무언의 항변을 하고 싶었지만 모두들 열심히 뛰었고 최선을 다했기에 말없이 박수를 쳐 줄 수밖에 없었다. 경기에서 지고 체육대회의 꽃인 씨름을 구경하러 갔다. 씨름이야말로 남자고등학교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경기가 아닌가. 우락부락한 학생들이 서로를 넘기기 위해 온 몸에 힘을 줄 때 떨리는 근육이 진정으로 남자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도 씨름을 해볼걸 그랬나. 엄청난 힘들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내 주먹은 나약하게 느껴졌다. 너무 공부만 열심히 했던 걸까. 나름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우리 반은 모든 종목에서 탈락을 하고 구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서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찬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고등학생이다. 그리고 청소년이다. 우리에겐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끓어오르는 젊음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 단순히 책상에 틀어박혀 책만 읽는 백면서생이 될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경험하고, 또 이론만 쌓는 것이 아닌 진정한 실력을 쌓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막 속에서 만화책이나 노래만 듣던 친구들과 열심히 참여해서 땀을 흘리는 친구들에게 체육대회는 많은 것을 전해주고 있다. 열정,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려서 할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넘치는 열정이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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