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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고사

by 렌딜 2010.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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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의고사를 쳤다. 

  모의고사 점수가 정말 처참하다. 언어 89, 수리 96, 외국어 73, 국사 45, 근현대사 50, 사회문화 44  내 성적을 보면서 깊은 좌절감이 느껴졌다. 특히 외국어 73. 주위의 공부 잘하는 친구들, 가까이 오민실만 봐도 외국어가 90점 이하로 내려가면 못 쳤다고 절망하고 좌절하는 친구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비록 이번 시험이 어려워서 전체적으로 평균이 많이 떨어졌지만 80점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절망적이라고 할 수밖에.

  사실 최근 좋지 않은 일들이 겹치면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 점이 크다. 선의의 경쟁을 해오던 휘문이가 주춤한 것도 내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반 1등. 1학년때는 반 1등에 도달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었는데 정작 1등이 되고보니 쉬운 위치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이번처럼 약간 소홀해지는 매 순간이 결과로 돌아온다. 반 1등이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반을 대표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물론 반장이나 부반장과는 다른 성격의 그러니까 수업시간에는 친구들의 모범이 되고, 쉬는시간에는 친구들의 인강이 되고, 시험기간에는 친구들의 선두가 되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가 항상 부끄럽고 친구들에게 미안해진다. 내가 수업시간에 졸기도 하고 매번 전교 4, 5등만 하다보니 우리반의 사기가 점점 떨어져만 가는 것 같다. 다른 반 담임선생님들께서는 우리 반을 아예 경쟁에서 빼버리기도 한다. 이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 그래도 항상 우리 반 친구들은 내게 전교 1등을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준다. 그냥 빈 말처럼 내뱉은 말일지라도 그 한마디들이 모여서 내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2학년 5반 친구들아 내 맘 알제. (오글거림)

  

  울적한 마음을 털어내고 마음을 다지기 위해 잠시 공원으로 향했다. 가벼운 운동복차림으로 걷다보니 가로수길 저 멀리 끝에는 칠흑같은 어둠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득한 나무들 틈 사이에 무언가를 감춘 듯한 어둠 속에 왠지 나의 이상, 꿈, 서울대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어느정도의 거리였을까. 의식을 차렸을 때는 정처없이 저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반쯤 벗겨진 안경을 손에 쥐어들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앞을 향해 달렸다. 이상, 꿈, 서울대, 한참을 뛰다 멈춰섰을 때 내 손에는 단지 안경만이 쥐어져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얻지 못했음에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상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것과 달리 밤공기를 마시며 뛰어보니 살아숨쉰다는 것이 확 다가왔다. 그래, 난 살아있었구나. 아직 내 이야기는 끝이 난게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후회와 울적한 생각들을 떨쳤다. 나는 현재진행형이니까.



  요즘 자기관리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사실 공원에서 뛴 것도 내 자신을 추스리고 신체적으로 적절한 긴장을 유지하고 싶어서였다. 뭐, 절대 다이어트 이런 의도는 아니었다. 오늘 오랜만에 야자를 하지 않아 여유가 생겨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 주로 성적에 대한 이야기였다. 언제나처럼 아버지께서는 나를 깊이 신뢰하고 계셨고 영어와 같은 부분에서는 실망감을 숨기지 않으셨지만 꾸짖지 않고 학원수업이나 참고서가 더 필요한 건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해주셨다. 물론 내가 아니라고 할 것을 아셨겠지만. 보다 효율적인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다. 결론은 매번 그렇듯 정신력의 싸움이다, 였지만 유익한 시간이었다. 저번엔 아침에 든든해라고 홍삼진액을 챙겨주셨는데 이번에는 새벽에 잠과 맞서기 위해 박카스 한 박스를 사는게 어떨까 하고 내가 제안해 보았다. 건강에 혹 나쁘지 않는가 알아보고 박카스 몇 박스를 쌓아둬야겠다고 하신다. ㅋㅋ 오랜만에 아버지와 쇼핑을 갔다. 아니 집 앞 마켓에 갔지만 ㅋ. 헤드폰이 고장나서 괜찮은 제품으로 하나 사고 서점에서 EBS 교재도 더불어 샀다. 저녁을 먹고 책을 좀 읽다가 잠시 공원에 나가 뜀박질을 하고 들어와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빨리 글쓰기를 끝내고 깔끔하게 공부를 해야하는데... 
 
  내가 하고싶은 말은 우리들의 공부에 대한 자세이다. 많은 학생들이 그냥 편한대로 살아간다. 그 중에 몇몇 열린 시각을 가진, 소위 상위권이라는 학생들도 서로를 견제의 대상이나 경쟁자로 여기며 공부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초점은 잘못 되어있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우리는 한 팀이다. 우리가 바라볼 곳은 이 좁은 교실 내, 진주 내, 경상남도 내, 대한민국 내가 아니라 저 넓은 세계이다. 우리나라는 사방에 강대국들이 둘러싸 강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로는 이스라엘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떠한가. 좁은 땅덩어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나라도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다. 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재벌들과 상류층 대부분이 유대인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보다 만만한게 없다. 독도문제, 동북공정, 미국의 횡포, 북한의 만용. 이러한 것들 앞에서 우리는 과거의 중국에게 사대했던 것처럼 연신 고개를 숙이기 바쁘다. 나라가 작다. 나약하다는 핑계로 자위하면서 품으로 칼날을 갈기보다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고 경쟁하기에 바쁘다. 이 얼마나 힘의 낭비인가. 나는 어리석게 누군가를 견제하고, 미워하고, 짓밟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나 혼자만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는 생각을 증오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고 노력에 걸맞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나가 아닌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반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공부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다. 좋은 컨텐츠나 생각이 떠오르면 어떻게 공유할까 고민하기 바쁘다. 그리고 현재 성적은 조금 낮지만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은 친구들이 나를 목표로 무섭게 달려와 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다가오는만큼 나 역시 멀리 도망치려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술래잡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다 수능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놀라울 정도로 변한 우리의 실력에 그저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면 되는 것이다. 공부는 성적이 끝이 아니다. 나의 목표는 단순히 판사에서 벗어나 국제 변호사의 활동도 담겨져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스스로 많은 지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 그리고 실제로 쓰일 수 있는 살아있는 영어가 필요하다. 노력할 것이다. 나의 미래와 조국의 미래와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달려나갈 것이다. 나는 앞장서서 모두를 이끌고 서포트라이트를 받는 리더가 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명예보다 뒤에서 많은 친구들을 밀어주는, 그래서 우리 모두가 실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고 싶다.

  여전히 생각이 많다.
  뒤죽박죽 얽혀있어 깔끔하게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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