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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짧은 글3

소풍감상문 모난 상상 ‘소풍’을 다녀와서 새벽부터 분주해지는 소풍날이다. 한번쯤은 그냥 사서 먹어 라고 할 법도 한데 소풍 때마다 빠지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셔서 김밥을 싸주시는 어머니를 보니 출발하기 전부터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몇 번이고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가볍게 목도 풀었다. 자유 시간이 주어졌을 때 부를 노래 준비에 나름 많은 신경을 썼기 때문이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들뜬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소풍 장소는 선암사와 낙안읍성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한 번씩 아니 두세 번 가본 곳이었기에 새로운 장소에 대한 설렘보다는 실망감이 앞섰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여행지를 둘러보는 것보단 친구들과 모여 추억을 남기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서 우리 5반 단체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2010. 10. 25.
작은 별 작은 별 어느덧 마지막 착수에 이르렀다. 주위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의 고요함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고개를 떨어뜨린 채 슬쩍 눈을 돌려 주위의 동향을 살핀다. 역시나 고요하다. 다만 그 것이 나로 하여금 더욱 핏발 선 두 눈을 부릅뜨게 만들었다. 그 것은 바람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든 것을 파괴시킬 듯 몰아치는 폭풍도 아니었고, 서서히 주위를 잠식해 나가다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태풍도 아니었다. 소리 없이 흘러가는 잔잔한 그림자. 아, 그 나약한 실바람에 온 몸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고 있었다. 진흙 냄새. 멀겋게 흐려진 공기의 진동 속에서 나의 눈과 코와 입이 비틀거리며 푸른 소나무 사이로 스며들었다. 길게 그리고 곧게 뻗은 소나무의 기상은 어딘가 삐뚤어진 한 마리 참새의 어설.. 2009. 6. 10.
정처 정처 문을 열고 한 걸음 내딛었다. 싸늘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든다. 그러나 선실 안이라고 해서 더 따뜻하다거나 안락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불어오는 이 바람이 가슴 속까지 낯설게 느껴질 뿐이다. 겨울날의 바다는 깊고 어둡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영원한 심연의 암흑 속에서 무언가가 손짓하는 섬뜩한 바다. 그 바다를 바라볼 때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 먼 망망대해에서 애타게 찾고 있을 부르짖음이 메아리가 되어 출렁거렸다. 반짝이는 별.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의 아름다운 빛깔이 바다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풍 있는 은은한 별빛. 바다 한 가운데에 홀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출렁거리지 않은 채 고요한 흐름을 지니고 있었다. 그 고요한 빛줄기에 기쁨 반, 두려움 반. 문이 철컥 열리며 한 무리.. 2009.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