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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도 3일이나 지나버렸다.
어제는 아버지 생신이라 다소 정신이 없었지만 오늘은 조용히 책을 즐겼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작가가 쓴 책이다. 언젠가 영화 포스터로 본 제목이 인상깊어 고른 책인데 그 원작이 맞다고 한다. 봉순이 언니 이후로 오랜만에 접하는 공지영 작가의 책이라 기대감도 어느정도 있었고, 최근 SNS의 기세를 등에 업고 폴리테이너로 불리는 그녀의 최근 발자취로 인해 약간의 부정적인 시선도 숨기지 않은 채 책을 읽어나갔다.
글은 풍요로운 가정에서 자랐지만 어릴적 큰 충격을 받고 삐뚤어진 주인공이 한 사형수를 만나게 되면서 내면적으로 여물어가는 이야기다. 여물어간다는 표현이 옳지 못한가. 오히려 더 여려진다고 볼 수 있지만 성숙해간다는 의미, 그 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자주 자살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나에게 있어 사형수들의 이야기는 뭔가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함과 죄책감으로 책을 넘기게 만들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마음은 더욱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
지금 참 힘들다.
세상에 짊어진 고통, 억울함, 시련이 다 내게 밀려오는 것 같다.
[ 아프니까 청춘이다 ] 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바닥으로 떨어져라
참 좋은 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참 어이없는 말이었다. 결과론적으로 성공했으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바닥은 그리 낮지 않다는 이유로 바닥에 떨어지라는 말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 사람의 바닥은 낮았지만 내 바닥을 알 수 없다. 내가 작가의 나이 정도 먹는다면 맘 편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진부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 이런 마음도 사치라는 것을 느꼈다. 1년 이라는 시간이 난 참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서울대를 떨어진 날 내 고등학교의 나날이 무엇을 위해 열심히 했는지 억울했다. 그런데 누군가는, 같은 하늘 다른 곳에서 살아숨쉬는 누군가는 하루하루를 정말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내가 아깝게 여길 그 1년조차 그들에겐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다.
책을 읽으면서 울컥 했다.
여러번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나오려 했다. 스스로를 추스리면서 책장을 천천히 넘겼다. 그러다 결국 사랑한다는 구절에서 눈물을 흘렸다. 견딜 수 없었다. 참는게 더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편을 다 읽고 책장을 덮었다. 내 자신을 추스리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세상은 아름답다.
거기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나 같을 수는 없다. 하나의 가치관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원칙이지만 다시한번 강조해야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며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입니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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