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월.
1월.
2월.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행복했고 슬펐고 즐거웠고 가슴 아팠다.
짧은 시간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추억들을 이제 가슴 속 한 곳에 고이 접어두고,
아주 고이 접어두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
한때는 이 모든게 신기루 일까봐 두려웠다.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까봐 그 것이 너무 두려웠다.
근데 그게 아니더라.
모든건 현실이고 과거고 추억이더라.
지나가면 없어지는줄 알았는데 세상 어딘가에 다 남아있더라.
내 마음 속에라도 남아있더라.
너무 고맙다.
내가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곧 눈시울이 붉어진다.
멋지게 성공해서 돌아온다 이런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정말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언제나 가슴 속에 담아두겠습니다.
난 참 겁쟁이다.
며칠 전 이런 일이 있었다.
마음을 정리할 겸 새벽녘에 공원을 걸었다.
차가운 밤 공기를 마시며 첫 지점으로 돌아왔을때 밤 하늘의 별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별을 세며 걸어가는데 개 한마리가 내 앞에 나타났다.
순간 겁이 났지만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길래 나도 미소를 보냈다.
'새벽에 춥고 씁쓸한가보다... 목줄이 풀려 있는걸 보니 길을 잃었으려나...'
드문드문 왔지만 차들도 지나다니고 혼자 두면 추울 것 같은 겨울이라,
가만히 함께 걸었다.
함께 걸었다기 보다는 내가 먼저 가면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형세였지만,
난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다.
타인이 지나가도 내 뒤만 졸졸 따라왔으니...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찰서에 도착했다. 아니 지금은 지구대라고 해야하나? 파출소라고 해야하나?
그 곳에 백구(어느새 이름도 붙여주고 부르는 사이가 되었...)와 함께 들어가니
한 경찰관 아저씨가 기겁을 하며 백구를 주차장으로 내쫓았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개들은 자기 집 알아서 다 찾아 가니까 학생은 어서 집에 들어가. 걱정말고, 알아서 할테니."
어느정도 불안했지만 경찰서에 맡겨두는게 가장 안전할 것 같았다.
그렇게 집에 걸어가는데 어느새 내 뒤에 백구가 왔다.
참 이녀석도... 주인이 내일 되면 얼마나 애타게 찾을텐데... 어쩌려고 형 뒤만 졸졸 쫓아오니...
몇 분동안이었지만 징하게 정이 들었나보다.
항상 누군가에게 정을 주는 것이 두려워서, 스스로 꾹 참고 있었는데
그 못난 정이 백구에게도 가버렸나 보다.
도중에 길이 엇갈려서 나는 인도로 가고 백구는 아파트 단지쪽으로 갔다.
우리는 담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보며 계속 걸어갔고 결국 백구는 또다른 담에 앞길을 막혔다.
이리저리 담을 넘으려 하다가 문득 어디론가 뛰어갔다.
나를 쫓아오려나? 그렇게 5분 정도 흘렀을까. 백구가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냥 가려고 했었다.
내 잘못이 아냐, 이건 그냥 운명일뿐이야... 어쩔수없어.
라고 넘겨버리기엔 너무 슬펐다.
이미 내 마음 속 어딘가에는 백구가 있었다.
그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 백구를 찾아헤맸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백구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처음에는 거리를 두더니 이제는 금새 내 옆에 바짝 따라 붙는다.
하염없이 걸으면서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아버지는 개를 참 싫어하신다.
하루 정도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백구는 집 안에서 기르는 애완견이 아니었다.
아니 하루 정도도 힘들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알레르기라도 있으신지 개털 날리는걸 매우 싫어하시기에.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누군가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시간은 2시에 가까워가고,
폰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mp3나 될까...
경비실 아저씨도 주무시고 계시고...
어떻게 상자로 임시집을 만들었으나 백구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혹시 배가 고픈것일까 싶어서 항상 들고 다니던 초콜릿을 주었다.
선물 받은 것이라 아까워서 먹지 않고 두었던 것인데,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일단 무언가 주어야할 것 같았다.
그렇게 초콜릿을 주고 아파트 현관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큰 결심을 하고 엘리베이터로 통하는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 걸어갔다.
그러나 어떤 않좋은 기억이 있던걸까.
백구는 더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강렬한 불빛이 싫었던걸까?
아파트 환경에 적응을 못했던걸까?
한참을 기다리고 있어도 백구는 그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결국 고민하다 백구를 그 상자로 만든 임시 보금자리에 두고 집으로 갔다.
시각을 보니 3시에 가까웠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하는데.............ㅠㅠ
내일 다크써클 장난 아니겠다....
괜스레 다른 생각을 하며 빠르게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
다시 1층으로 가고 싶었다.
10층에 도착해서 1층을 눌렀다.
하지만 나는 10층에 내렸고,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난 집으로 들어갔고. 한참을 씻었다.
그날밤 참 잠이 오지 않았다.
그날 늦잠을 잤다. 모처럼만의 휴일이었으나 마음이 불편했다.
괜히 더 여유있는척 하다가 초조해져서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 그 어디에도 백구는 없었다.
경비 아저씨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집으로 갔으려나.
제발.......................... 꼭.... 집으로 갔기를.
눈시울이 또다시 붉어진다.
코 끝이 찡하다.
언제나 한없이 부끄럽다.
그리고 그만큼 책임감을 갖는다.
이처럼 연약하고 무책임한 사람을 곁에서 혹은 저멀리서 지켜주는 사람들 덕분에
저는 오늘도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있어서 이 세상에 제가 살아 숨쉬고, 또 빛을 낼 수 있습니다.
오늘 밤도 참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잠을 청해야겠죠?
내일, 그리고 내일,
또 그 다음의 내일이 간절히 기다려지기 때문입니다.
3월의 진정한 시작입니다.......^^
가는 길
김소월
그림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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